
(詩)
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
성 희 직
28, 44, 264, 252, 270, 240, 219...
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.
누군가에겐 아들, 아버지이고
또 누군가에겐 따스한 체온으로 각인된
정겹고 사랑하는 남편이었을 사람 아니던가!
1979년 4월 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 ‘화약 폭발사고’
28명 생명이 한순간 주검이 된 현장은 처참했단다
10월 27일 문경 은성광업소 ‘갱내화재사고’ 는
광부 44명이 아비규환 생지옥에서 죽어갔고,
1973년부터 매년 광산 사고로 목숨을 잃어
이제는 ‘숫자’로만 세상에 남은 광부의 또 다른 이름이다.
연탄불로 밥을 짓고 겨울을 난 산업화 시대
높은 곳 불호령에 연탄 파동은 겁이 나도
사망사고는 보상금 몇 푼이면 해결할 수 있기에
회사는 늘 안전보다 생산이 먼저였다
자고 나면 ‘우물 방송’으로 사고 소식 전해지고
날벼락처럼 또 한 가정의 대들보가 무너져 버렸다.
광부의 하늘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무너져도
광업소 정문 아치형 간판은 허세를 부리고 있다
‘우리는 산업역군 보람에 산다!’