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혈서
성 희 직
세상에 울려 퍼질 신문고를 두드리려
집회를 하였다 1인시위도 해보았다
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고
사회적 약자들의 몸부림과 피눈물 호소에도
신문방송은 눈감고 귀를 막아버린다
연예인 사생활은 시시콜콜 잘도 보도하면서도.
세상의 끝 탄광 막장에서 청춘을 바친 사람들
불치병에 걸렸음에도 장해등급을 받지 못해
광부 복장으로 투쟁에 나섰다 곡괭이도 들었다
“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!”
울분에 찬 절박한 하소연 세상에 알리려고
투쟁위원장은 또다시 혈서를 쓴다.
돈이 없거나 펜이 없어서가 아니다
붓으로 쓰는 글보다 멋있어서도 아니다
칼로 그은 손가락에서 장미꽃잎이 피어나고
붉디붉은 꽃잎으로 수를 놓듯 써 내려간다
진폐재해자들 희망을 담아 혈서를 쓴다
글씨는 삐딱해도 피로 쓴 글이 참 아름답다.
‘끝장 투쟁 이제 시작이다’
*엉터리 ‘진폐장해판정’ 근로복지공단 규탄 집회에서(2021.9.8.)